나유키 두명
제 77화 : 바보 두명
그래서, 그 날의 방과 후.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교사 안을 울리고 있었다.
여느때처럼, 앉아서 졸고 있던 나유키를 깨운 뒤, 우리들은 키타가와를 옥상으로 올라가는 복도의 계
단으로 불러냈다.
물론,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 유이치(마코토)의 보충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교사 안에선 사람이 거의 없는 장소라고 한다면, 이곳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날이 좋았다면, 체육관 뒤라던지 여러군데 있지만 말이다…
「저, 저기…다들 모여서, 도대체 무슨일이야?」
키타가와가, 평소의 우리들의 분위기와 다르다는 걸 알아챈거겠지. 약간 불안해하며 물었다.
참고로, 지금 이 장소에 있는건 , 나(유키), 나유키, 유이치(마코토), 카오리, 그리고 주빈인 키타가와.
그럼, 일단은 어디서부터 이야기할까…
갑작스럽게 내가 유이치라고 말하더라도, 곧바로 믿어주지는 않을것이다.
카오리의 때도 그렇게나 고생했던 것이다. 그것도, 지금은 내 모습으로 변신한 마코토마저 있다.
그렇다곤 해도, 시간이 무한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렇게 고민 하고 있을 시간도 없다.
가 아니라. 여기선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갈까.
「저기 있잖아, 그…사실은 키타가와군에게 할 얘기가 있는데…」
「나한테?」
「응. 놀라지 말고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아, 아아…」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건지, 키타가와는 조금 얼굴을 붉히고 있다.
묘하게 안절부절해 하기도 하고.
설마 이 녀석, 자기에게 고백한다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아니, 뭐…고백하는건 틀림없긴 한데.
단지, 사랑의 고백이 아니라, 우리들의 정체이지만 말이지.
「그으, 실은………」
「……….응」
키타가와가, 꿀꺽하고 숨을 죽였다.
「내가 아이자와 유이치다!」
말했다.
말해버렸다.
「………에?」
예상했던 대로, 키타가와는 무척 황당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키타가와군.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이야」
「맞아~. 유키는 정말로 유이치야~」
「에? 에?」
카오리와 나유키의 말에도, 키타가와는 전혀 이해한듯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가………
「무, 무슨 소리 하는거야 다들. 퇴원했다고 해서 유키짱을 잘 모르는 나를 속이려고, 모두가 한통속이
되었구나」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렇다면, 저기에 있는 아이자와는 누구라는 거야?」
「저건, 모습은 나이지만, 실은 사와타리 마코토라고 하는 여자애로…」
「누구야, 그거? 모른다고. 계속 그런 소리를 한다면, 아무리 여자애라도 화낼거라고」
「무우…」
역시, 믿어주지 않는건가….
「유키~, 어쩌지~」
「저기, 나 때처럼, 뭔가 좋은 방도는 없는거야?」
「무리한 소리마. 그때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카오리의 경우는, 내가 나유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면 됐었지만, 지금은, 내가 유이치라는 것과 동
시에, 지금, 유이치의 모습을 하고 있는게 아이자와 유이치가 아니라는 것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있다, 한가지 수가!
하지만, 이것만큼은………
이건, 꽤나 위험이 따르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 이외엔 방법이 없나…
그렇지만, 이걸 쓰기 위해서는…
「나유키, 카오리. 미안한데, 조금 자리를 비켜줘」
이 두 사람을, 조금 떨어뜨려놓지 않으면 안된다.
「에? 어째서?」
「어째서라도」
「어째서야. 우리들이 있으면 안되는거야?」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 부탁이니까」
「납득하기 힘드네. 설명 정도는 해줘도 좋잖아?」
「엄청나게 위험한 방법이야. 부탁이니까…」
「………알았어, 유키. 가자, 카오리」
「………어쩔 수 없네」
불평하는 두 사람을 어떻게든 설득시키는데 성공했다.
두 사람이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나서, 나는 키타가와에게 향했다.
「그럼, 키타가와군…」
「뭐야? 유키짱」
유키짱이 아니라니까…
뭐 좋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것도 지금 뿐이다.
「1개월쯤 전에, 너는 교실 이동 수업을 땡땡이 친적이 있었지」
움찔!
키타가와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그 당시 너는,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도대체 뭘 하고 있었을까나」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유키짱」
그렇게 말하는 키타가와의 목소리는, 명백히 떨리고 있었다.
「분명 너는, 카오리의 가방을 뒤져서, 거기서 끄집어낸 부르마를 머리에 쓰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키타가와가, 큰 소리를 지르며 내 말을 막았다.
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머리에 쓰고, 『가면부르마!』라던가 지껄였었지?」
「어, 어째서 네가 그 일을……그걸 알고 있는 건, 나와 함께 미나세의 부르마를 쓰고 있던 아이자와 뿐
일텐데………」
「뭐, 그런 거야」
그렇다. 이것이 유일한 방법.
나와 키타가와 밖에 모르는 일을 내가 말해, 그리고, 그 때의 유이치(마코토)의 반응을 보여주면 된다.
내용이 내용인만큼, 그 두사람이 들려줄 수는 없지만 말이다.
경멸의 시선으로 우리들을 보는 유이치(마코토)에 아랑곳 하지않고,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고보니 그 때, 누가 기술의 1호고, 누가 힘의 2호인지도 정했었지」1)
「설마, 오빠에게서 들은거야?」
「틀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는건지…
「보통, 이런 일을 자신의 여동생에게 이야기하거나 하지는 않잖아!」
「아니, 아이자와라면 혹시…」
「기다려 임마!」
어떤 의미야, 그건…
「하지만, 확실히 네 분위기 같은건 아이자와 그 자체네………반대로, 저 아이자와는, 이런 일이 이야기
해지는 대도 전혀 당황하지 않아…」
옷! 드디어 알아챈건가?
여기선 한번더 밀어 붙여서.
「더욱이 그 뒤, 그 부르마의 냄새를 맡거나, 뺨을 비비거나 했었지. 『이, 이게 미사카의…』라던지 말하
면서 황홀해 하고 있던 네놈의, 뭔가 위험한 약이라도 한듯한 표정,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각해낼 수
있다고」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당황한 키타가와가, 내 입을 막았다.
「알았어! 믿을게! 네가 아이자와라는걸 믿을게! 그러니까 그 이상은 말하지마!」
그런가그런가. 드디어 믿어준건가.
「아니, 조금 더 상세하게 듣고 싶은데」
움찔!
그, 등뒤가 얼어붙을듯한 한기가 끼인 목소리에, 나와 키타가와는 쭈뼛쭈뼛 목소리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전신에서 분노 오라를 뿜어내고 있는 카오리와 나유키의 모습이 있었다.
「나, 나유키에 카오리!? 어째서 여기에?」
「아이자와의 태도가 이상했으니까, 돌아온거야」
「유키…그런 짓을 했었다니」
두 사람이 조금씩 나와 키타가와에게 다가왔다.
「기, 기다려! 미사카!」
「진정해 나유키! 조금 장난이 심했을 뿐이였잖아…」
「문답무용, 이야」
「두 사람 다, 각오는 됐을려나?」
「「안 됐어~~~~~~~~~~~~~~!」」
퍽! 퍽퍽!
「뭐, 키타가와군은 나은지 얼마 안됐고, 여자아이에게 손을 대는 취미도 없으니까, 이정도로 해둘게」
「적당히 때린거야~」
「어, 어디가…」
두 사람의 철권제제를 받고, 나와 키타가와는 넉다운 당했다.
확실히 횟수는 줄었지만, 주먹의 한대 한대는 있는 힘껏이였잖아…
뭐가 적당히야…
「있잖아, 아이자와……」
「앙?」
내 옆에서 사이좋게 쓰러진 키타가와가 말 걸어왔다.
「뭐야…」
「아니, 있잖아…너, 정말로 여자아이가 된거지?」
「그런데, 그게 왜?」
「라는 것은, 역시 체육 시간에는 너도 부르마를 입는거냐?」
「…그, 그거야………역시 여자아이이기도 하고」
「그런가…」
그러자, 키타가와는 뭔가 골똘히 생각했다.
뭐야?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키타가와…
잠시 후, 키타가와는 다시 내 쪽을 향해 말했다.
「아이자와, 특별히 부탁히 있는데…」
「뭐, 뭐야?」
뭘까?
무척 나쁜 예감이 든다.
「이번에, 네 부르마를 빌려줘…」
………………………하?
「시, 싫다!」
「어째서야! 괜찮잖아…」
「아직 덜 맞은거야 네놈은~~~~~~~~~~~~~~!」
「쿠하악!」
다시 날아온 카오리의 철권이, 키타가와를 날려버렸다.
「어째서야! 괜찮잖아, 남자끼리니까!」
코에서 피를 흘리면서 키타가와가 역설했다.
「아이자와는 지금은 여자아이라구!」
「원래는 남자잖아!」
「그래도 지금은 여자아이얏!」
그렇게, 카토리와 키타가와가 언쟁을 하고 있는 옆에서, 나는 덜덜 떨고 있었다.
키타가와가 부르마를 손에 넣는다면 도대체 어디에 쓸 것인지, 나는 자아~알 알고 있다.
그게, 다른 사람도 아닌 내 부르마라고 생각하자……우엑! 한기가 달렸다.
그런 나를, 나유키가 살짝 끌어 안아줬다.
「자, 유키. 알겠지? 더 이상 그런 짓하면 안돼.」
「응, 알았어…더는 하지 않을게………」
나유키의 팔 안에서 떨면서, 나는 결단코 그렇게 맹세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변태피해의 기분 나쁨을 몸소 알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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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술의 1호, 힘의 2호 라는 것은.
가면라이더의 가장 초창기판에 등장하는 가면라이더 1호인 혼고 타케시와 가면라이더 2호인 이치몬지 하야토를 이야기 합니다.
거기서 혼고 타케시는 가면라이더 1호 혹은 기술의 1호. 그리고 이치몬지 하야토는 가면라이더2호 혹은 힘의 2호 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그냥 둘이서 가면라이더 놀이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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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둘은 변명의 여지가 없구나
그냥 철권에 죽도록 하여라.
그리고 가해자가 순식간에 피해자가 되는 멋진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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